미국 한인들, 왜 불교 외면할까? (법보신문 2010-06-28)   2010-06-30 (수)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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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한인들, 왜 불교 외면할까?
명법 스님, 교수불자대회서 심층 분석
기독교 한인 75%…불자는 기독교 25분의 1
한인포교 외면 지속될 땐 국내불교도 큰 타격
기사등록일 [2010년 06월 28일 17:29 월요일]
 

미국은 ‘인종의 전시장’이라고 불릴 만큼 온갖 인종과 민족이 뒤섞여 있는 복수민족국가다. 이중 재미 한인 인구도 현재 135만여 명으로 아시아지역에선 중국, 인도, 필리핀, 베트남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다.

그러나 한국불교는 미국사회뿐 아니라 한인사회에서도 소수 종교일 따름이다. 2008년 USC 아태리더십센터와 중앙일보가 공동 실시한 ‘재미한인 전국실태조사’에 따르면 한인의 75%가 교회에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다른 조사에 따르면 한인 불자는 2~4%에 그쳐 기독교의 25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자신의 전통종교를 지키려 했던 다른 아시아 이민 집단들과는 달리 왜 한인들은 유독 전통종교인 불교를 외면하는 걸까?

서울대 강사 명법〈사진〉  스님은 한국교수불자연합회가 6월 28~30일까지 영월 법흥사에서 개최한 2010교수불자대회에서 미국 이민사회에서의 한국불교에 대해 심층적으로 조명했다. 스님은 유럽에서 아랍계 이민의 증가가 이슬람 확산을 가져왔고, 미국에서의 라틴계 증가가 가톨릭 신자의 급증으로 이어졌지만 한인의 세계는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동반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오히려 한국인들은 이주한지 10년 내에 모국에서 믿어온 종교를 버리게 됨에 따라 한인의 이민은 기존의 불자들마저 기독교로 개종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스님은 그 원인으로 미국 주류사회에 편입하려는 한인들의 열망과 더불어 교회가 이민자들의 종교적, 사회적 정체성의 빈 공간을 빠르게 채워나갔던 점을 꼽았다. 즉 교회는 이민사회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이민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며 나아가 그들의 사회적 삶을 가능케 하는 공간이었다는 것이다.

스님은 그러나 한인교회가 배타적으로 집단의 동일성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방식이 미국의 한국불교에 두 가지 어려움을 강요하고 있음도 밝혔다. 한인교회가 구축한 공동체적 성격을 싫든 좋든 모방해야 한다는 점과 왕따가 되기를 각오하지 않는다면 학생들이 불자부모의 종교를 따르기가 매우 어렵다는 현실이 바로 그것이다.

스님은 이민사회에서 불교를 전파하는 일이 외국인을 한국불자로 만드는 일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그 이유로 먼저 한인들의 정체성 확립을 꼽았다. 한국전통문화의 70% 가량이 불교문화인 상황에서 불교를 모르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희석될 수밖에 없다는 것. 반대로 서양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불교문화에 대한 체험이 있다면 재외 한인들의 주류사회에서의 경쟁력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미국의 대표적 한인사찰인 삼보사가 지난해 열린 템플스테이에서 16세 청소년들에게 한국 고유의 성인식을 열어 줘 큰 관심을 모았다.

특히 이민사회는 해당 지역에 한국문화를 알리는 교두보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머지않은 장래에 한인 2~3세들이 주류사회로 진출할 것이며, 이들 한인 2~3세들이 불교적인 마인드를 갖췄다면 학술, 문화, 스포츠, 정치, 경제 등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할 때 ‘한국불교 세계화’는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라는 게 스님의 분석이다.

스님은 이어 한국사회 내에서 불교의 존립과 세력 확대를 위해 재외 한인들에 대한 포교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최근 역이민과 조기 유학생들의 귀환이 늘어남에 따라 이들의 국내활동이 점점 늘어나고 있듯 한인들의 영향력은 서양 주류사회뿐 아니라 모국인 한국사회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서양에서 교육받은 엘리트들이 한국사회의 지도적 계층이 되어 이들을 중심으로 기독교의 세력이 확대됐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재외 한인에 대한 포교는 국내에서의 한국불교 존립을 위해서도 시급한 현안문제라는 게 스님의 견해다.

하지만 스님은 한인 사회에서 기독교의 영향력이 이렇듯 막강함에도 불교의 장래는 그다지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1980년대 후반 이후 불자로서 기독교로 갔다고 다시 불자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는 한 연구보고를 인용한 스님은 이 배경에는 한국사찰의 증가와 기독교 교회에서 느낀 괴리감, 그리고 미국 주류사회에서 점점 커져가는 불교의 위상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대부분의 미국 대학에 불교 관련 강좌가 개설돼 있으며, 학생에게 가장 있기 있는 강좌가 불교라는 점도 긍정적인 여건으로 꼽았다. 초중등학교에선 기독교가 주류이지만 대학교와 일부 고등학교에선 상황이 완전히 역전돼 불교가 지식인들의 주류문화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류사회에 편입하려는 열망으로 대학을 진학한 한인 2~3세에게 불교는 아시아적 전통 속에 있었던 구시대적 유물이 아니라 가장 새롭고 진보적인 종교로 만날 수 있다는 게 스님의 설명이다. 다만 문제는 불교에 대한 이들의 관심을 어떻게 신행으로 연결시키고, 그들이 이민사회로 되돌아가거나 한국으로 귀국했을 때 그들이 미국에서 접한 불교를 지속시켜 줄 사찰과 스님들, 그리고 문화적 공감대를 나눌 집단이 한국에 존재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스님은 “한국불교의 세계화뿐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불교의 존립을 위해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무엇보다 전 세계의 한인세계에 주류를 이루는 기독교 세력에 대응해 한인사회 내에서 불교를 확산시키는 방안을 체계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054호 [2010년 06월 28일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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