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국 스님 “윷만 놀아도 크게 혼난 적 있었는데…”   2012-05-25 (금)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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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국 스님 “윷만 놀아도 크게 혼난 적 있었는데…”
2012빛고을광주선교율대법회서 “흔들림 없는 서원의 삶 살아야”
 
 
“구산 스님(1909~1983)이 송광사 방장으로 계실 때 내기가 아닌 재미인데도 섣달그믐에 윷놀이를 해 크게 혼났다. 시내에서 영화 보느라 사중을 비운 것이 들통 나 3000배 참회 정진도 했다.”

조계종 호남지역교구본사협의회(금산사 백양사 화엄사 대흥사 송광사 선운사)는 지난 8일에 이어 15일 오후 7시 광주 동구 KT정보센터 3층 대강당에서 ‘2012빛고을선교율대법회’를 봉행했다. 이날은 혜국 스님(석종사 금봉선원장)이 ‘수행으로 행복하고 열린 삶'을 주제로 법문했다.

스님은 “구산 스님 등 어른들이 후학들을 혹독하게 가르친 이유는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길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이번 사태(도박 추문)는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신도들에게 어떤 마음으로 법문할까 싶었다”며 “언론에서 떠들거나말거나 오늘 많은 대중이 참석해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를 잘못하는 위정자, 그런 스님들과 같이 태어나게 해달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같은 시대를 사는 것은 공업(共業) 때문”이라며 “그 분들이 그런 일을 해서 사회적으로 파문이 일더라도 이겨내고 헤쳐내고 나의 길 가겠다고 원을 세우고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말했다.

스님은 “(도박 파문 등 승가위상을 흔드는)일 당할 때마다 내 할 일을 못한다면 나의 소중한 인생이 내 것 아니고 남에게 이끌려 다니는 허수아비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혜국 스님은 “언론도 (도박파문을) 이틀만 보도하면 됐다. 다른 종교 사건이라면 하루만 보도했을 것이다. 수백, 수천 명의 스님이 열심히 수행하고 살아가는 것은 단 하루도 방영 않고서 뭐 그리 대단한 사건이라고 4~5일씩 연일 보도를 하느냐”고 언론보도 행태를 질타하기도 했다.

   
 
“한방울 물이 마르지 않는 길은 바다에 이르는 것 뿐”
혜국 스님은 “부처님은 중생을 구원해주러 오신 것 아니다”며 “부처님이 중생을 구원해주러 왔다면 결국 우리는 죄인”이라고 말했다. “부처님은 우리 구원해 주러 온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는 완전한 부처라는 것을 일깨워줬다. 중생 개개인이 모두 똑같은 부처이고, 완전한 대자유인”이라고 부연했다.

스님은 “사람은 늙지 말라고 해도 늙고, 아프지 말라고 해도 아프다. 죽지 말라고 해도 죽는다. 내 몸뚱이도 내 마음대로 못한다. 그러나 세상 일인들 내 마음대로 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혜국 스님은 “내 가족, 이 세상이 내 마음대로 되기를 바라거든 그 마음을 놓아버리는 법 먼저 배우라”고 당부했다. 마음을 비워서 그 빈마음이 바다를 이루면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고 내 안에 갖춰져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설명이다.

스님은 “세상이 달라 보이는 것은 벽 때문이다. 이 법당은 허공이다. 벽이 있던 없던 우주의 일부분”이라며 “마음의 벽을 모두 없애면 허공에 노니는 대자유인이 될 수 있다”고 설했다.

그는 김대중 前 대통령은 생전에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를 감명 깊게 읽었다고 했다. “최고의 역사학자로 불리는 토인비는 20세기 대표적인 사건으로 불교의 서양 전래를 꼽았다. 여느 학문ㆍ종교가 서로 자기 것이 옳다고 주장하지만 불교만큼은 나와 남이 둘이 아니라고 설하기 때문이다. 토인비도 불교를 뒤늦게 안 것을 안타까와했다. 세상을 살다가 내 마음농사를 지을 마음이 생길 때면 이미 늦어져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고 죽어가는 것이 가장 슬픈 일이다”
눈이 아닌 업(業)이 보는 것
혜국 스님은 대중에게 시계를 들어 보이며 “이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또, “이것을 무엇으로 보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불을 끄고서 “어느 손에서 시계를 풀었느냐”고 물었다. “컴컴해서 안보입니다”라는 대답이 나왔다.

스님은 “나 역시 ‘컴컴해서 안보인다’라고 말했다가 큰스님에게 혼이 난 적이 있다. 큰스님 말씀이 ‘부엉이나 올빼미는 컴컴할수록 더 잘 보는데 네 눈은 고양이눈만도 못하구나’라고 했다”고 했다. 우리 습관[업]이 컴컴한 곳에서 볼 수 있도록 익혔다면 컴컴한 곳에서 잘봤겠지만 밝은 곳에서만 볼 수 있도록 습관지어졌기 때문이라는 거다. 스님은 “눈이 있어도 컴컴한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은 업에 이끌려다니는 감정의 노예라는 말”이라고 했다.

혜국 스님은 “영혼은 몸 안에 있으면 정신, 그 정신이 몸 밖으로 나가면 영혼이다. 미운, 좋은, 사랑하는 등 온갖 생각이 모인 것이 정신”이라며 “온갖 생각 가운데 내가 관심 갖는 생각이 내 주인 노릇을 한다”고 말했다. 화나는 생각한다면 화나는 놈이 주인, 슬픈 생각한다면 슬픈 생각이 다른 생각 짓밟고 나를 움직인다는 것이다.

스님이 물었다. “오늘 우리는 어느 마음을 주인 삼아 살고 있는가.”

“내 몸뚱이는 내 마음대로 못하지만, 오늘 하는 일에 얼마만큼 최선을 다할 것인가. 오늘 만나는 사람을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만날 것인가 등 오늘 할 수 있는 일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어제는 지나간 오늘, 내일은 다가올 오늘이기 때문에 오늘 하루만 정성을 다해서 하면 된다. 오늘 하루만 낭비하지 않고 정성을 다하는 사람이 영혼을 내 마음대로 하는 사람이다”

아인슈타인은 임종 때 “다음생에도 과학자가 되겠냐”는 물음에 “다음 생에는 반드시 ‘내가 누구인가’를 찾아나선 수행자가 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혜국 스님은 “아인슈타인은 핵기술이 전 인류의 에너지원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핵폭탄이 돼 수천만 명을 죽이는 것을 봤다. 마음수행 없이 과학만 발전한다면 과학 앞에 인류는 전멸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21세기 가장 큰 문제로 환경을 꼽았다. 그리고 “인류를 구원할 희망이 부처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혜국 스님은 “美 하버드대 연구결과 환경이 파괴되는 이유는 내생을 믿지 않고, 살생하지 말라는 계율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었다. 금생에 마음대로 쓰다 죽으면 그만이라는 잘못된 생각이 환경파괴를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개발이 낙후되면서 지켜진 호남지역의 자연자원이 한국을 구원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누구나 부처, 마음만 비운다면
4조 도신 스님은 “좋은 법당(몸뚱이)이 있지만 온갖 오물들로 가득 차서 없는 법당만 못하다”고 말했다. 우리 안에 미운 생각, 자포자기하는 마음 등 쓰레기 같은 생각이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혜국 스님은 <치문>의 “대저 업(業)에 얽매여 받은 이 몸은 형상이 연루됨을 면하지 못하니(夫業繫受身 未免形累)”라는 구절을 소개하며 “잡념을 비워버리자”고 말했다. 이어 “물컵의 물을 비우면 바로 공기로 가득 찬다”며 “허공은 그 무엇으로 더럽힐 수도 상처낼 수도 없다”고 말했다. 허공처럼 마음만 비우면 무엇도 우리 마음을 더럽힐 수도, 상처낼 수도 없다는 설명이다.

스님은 “사람들은 감정ㆍ업의 세계에서 속고 있다. 물컵의 물만 쏟아내면 빈그릇이 된다. 마음만 비우면 대자유인이 된다. 부처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참선만 하면 잡생각이 일어나는 것을 흙탕물이 든 컵에 비유했다. 평소에는 흙탕물의 불순물이 잘 보이지 않지만, 고요히 앉아 있으면 불순물이 가라앉으며 보이는 것과 같다는 설명이다.

스님은 “앉아 있으면 번뇌망상이 일어나는 것은 정상”이라며 “부처님은 마음에 어떤 망상이 가장 많은 지부터 알아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좌선을 통해 성성하게 일어나는 망상을 관찰함으로써 나의 단점을 알아내고 이를 보듬고 사랑해야한다”며 “나를 사랑하는 것이 기도, 사랑과 미움도 떠나는 것이 참선”이라고 설명했다.

혜국 스님은 “한 번의 참된 절을 하려면 만 번의 헛절을 해야하고, 한 번의 참기도를 하려면 만 번의 헛기도를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며 “기도는 어려운 일 오지말라는 기도가 아니라, 어려운 일 와도 이겨내겠다는 기도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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