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개혁 키워드 ‘재가불자’] 2. 재가종무원(법보신문 2012-07-16)   2012-07-20 (금)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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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개혁 키워드 ‘재가불자’] 2. 재가종무원
폭언에 노출…사찰 내분에 극단적 선택도
사찰종무원 평균 임금
가사도우미보다 적어
4대 보험 안되고
12시간 노동 시달려
근무기간 2년 못채워
2012.07.16 13:45 입력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발행호수 : 1154 호 / 발행일 : 2012-07-18
 
① 스님 향한 불신·맹목의 이중성
② 불목하니 전락 ‘재가종무원’
③ 사찰운영 아웃사이더 ‘신도’
④ 비판 기능 퇴색 ‘재가단체’
⑤ 멀어진 지계 흔들리는 정체성
⑥ 전문가 대담
 
“어이, 거기. 사람이 왜 그렇게 굼떠. 그거 그만하고 이리 와서 이것 좀 해.” “야, 임마. 하라면 하지 뭔 말이 그렇게 많아.”

조선시대 자기 집 종을 부리던 양반이나, 오늘날 국내 근로자들이 일이 힘들다며 떠난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이주민노동자들을 대하는 일부 악덕 기업주들의 언행이 아니다. 지금 이 시간 버젓이 일부 사찰에서 재가종무원들에게 가해지는 일이다. 사찰 재가종무원들은 현재도 이처럼 주지나 스님들로부터 하대 받으며 절에서 밥 짓고 물 긷고 나무나 하던 불목하니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종무행정에 불만을 품은 상대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일도 있다. 실제 지난 5월 조계사 종무실장 이 모씨는 조계종 총무원이 멸빈 징계한 정 모씨로부터 폭행을 당해 갈비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당했다. 또 마곡사 종무실장 남 모씨도 부당하게 제6교구 시설물을 점거하고 사용 중이던 어느 스님의 속가 형에게 폭행을 당해 발목 인대가 늘어나고 고막이 찢어지는 상해를 입었다.

사찰 재가종무원은 분명 사찰 행정과 기능을 담당하는 종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구태를 벗지 못한 스님들로부터 폭언을 듣고 폭행을 당하는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심지어 스님들끼리 이해관계가 얽혀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종무원이 자살하는 일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2008년 7월 부산 범어사 전 재무팀장 임 모씨는 “투명하고 화합되는 교계가 되어 사회의 빛이 되어 주세요. 싸우지 마세요. 재가자들이 불쌍해요, 정말!”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집에서 자살했다. 당시 전·현직 주지 스님들이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양측으로부터 압박을 받았다는 것이 가족들의 주장이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이다. 스님들로부터 불목하니 취급을 받는 것은 물론, 스님들 싸움에 힘없는 재가자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는 셈이다.

자비사상을 바탕으로 부처님 가르침을 널리 펴야 할 불교계에서 일하면서도 인간적 예우를 받지 못하는 사찰 재가종무원들은 급여나 근로조건 역시 우리사회 최하위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에서 전국 교구본사, 직영사찰, 연 예산 3억 원 이상 직할교구 공찰 등 44개 사찰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연봉이 일반사회의 가사도우미(1905만원)보다 적은 1571만원에 불과했다. 또 23개 사찰은 아예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였고, 행정직과 기능직 모두 가입된 곳은 불과 7곳 뿐이었다. 사찰종무원들은 또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연평균 근무일수가 일반직장보다 70여일이나 많은 310일에 가깝다”며 “이대로는 아무리 불교가 좋아도 여기서 더 이상 일하기는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근속연수도 평균 2년을 넘기지 못하고 있어 업무 연속성과 전문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오늘날 사찰은 불교의례만 행하는 기존의 틀을 넘어 수행과 문화, 복지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주지 한 사람의 역량에 의존한 사찰운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불교계 안팎에서 “주지 1인이 인사와 삼보정재 관리 등 전권을 행사하며 재가종무원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종무행정을 유린하는 일이 지속될 경우 불교는 이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종무원 연봉 1571만원, 年310일 근무자도 다수
불교개혁의 키워드 재가불자 - 불목하니 전락 ‘재가종무원’
2012.07.16 13:32 입력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발행호수 : 1154 호 / 발행일 : 2012-07-18
조계종 주요사찰 조사결과
4대 보험 전원가입 7곳뿐
최저임금 밑도는 곳도
주5일제 근무는 희망사항
 
 
 

서울 도심사찰에서 종무원으로 8년째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최근 심각하게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 불교가 좋아 시작한 일이지만 가족의 생계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박봉에다 일요일조차 없이 계속되는 열악한 근무환경 탓이다. 지난해 A씨는 1년 365일 가운데 310일을 출근했다. 주5일제와 국정 공휴일을 모두 사용하는 다른 직종 근로자의 1년 평균 근무일 수가 240여일인 것을 감안하면 A씨는 이들보다 무려 70여일을 더 근무한 셈이다. 이렇게 일해 A씨가 받는 한 달 급여는 180여만원.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아이의 교육비를 충당하기에도 버겁다. 출퇴근 시간도 불규칙해 사찰에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이면 오전 7시에 집을 나와 서류정리에 허드렛일, 막노동까지 하다보면 밤 9시를 훌쩍 넘겨서야 집에 들어갈 수 있다. 이렇다보니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해본지가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A씨는 “적은 월급도 문제지만 도무지 일정하지 않은 근무시간 때문에 가정을 유지하기조차 어렵다”며 “남들처럼 가족 여행이라도 한 번 가보는 게 꿈이라는 딸아이의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최근 A씨처럼 이직을 고민하는 사찰 재가종무원들의 수가 늘고 있다. 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비해 턱없이 낮은 급여에 4대 보험조차 가입되지 않은 열악한 근무환경이 주된 이유다.

조계종 총무원이 최근 24개 교구본사와 직영사찰, 그리고 연 예산 3억 이상의 직할교구 공찰 등 44개 사찰 재가종무원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1094명의 평균 연봉이 1571만원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7월 한겨레신문과 인크루트가 국내 주요업종별 평균 연봉을 조사한 결과와 비교할 때 최저 수준이다. 당시 조사에서 증권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평균 연봉이 5127만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석유화학(3859만원), 기계조선(3608만원), 전자반도체(3352만원), 철강금속(3275만원), 언론출판(2871만원), 정부기관(2762만원), 호텔여행(2710만원), 가사 도우미(1905만원) 등의 순이었다. 따라서 사찰종무원의 평균 연봉은 정기적으로 가정 일을 돕는 가사도우미보다도 낮은 셈이다. 사찰별로 재가종무원의 평균 연봉을 살펴보면 직영사찰인 서울 봉은사(2574만원)와 조계사(2030만원)가 다른 사찰에 비해 조금 높은 반면 나머지 교구본사의 경우 평균 연봉이 1500만원 선을 크게 밑돌았다. 심지어 일부 사찰의 경우 국가에서 보장한 최저임금(1242만원)보다도 낮았다.
 
사찰종무원의 평균연봉은 직종별로도 큰 편차를 보였다. 행정직의 경우 평균 연봉이 1722(월144)만원인 반면 기능직은 1408(월117)만원에 그쳤다. 지난 4월 삼성경제연구소가 1000가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4인 가구 적정 최저생계비’가 169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가족의 생계조차 꾸리기 힘든 수준이다.

그런가하면 사찰 재가종무원의 대부분은 국민연금을 비롯해 건강·고용·산재보험 등 4대 사회보장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조계종 총무원이 시행한 44개 주요사찰 재가종무원 현황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절반 이상인 23개 사찰이 4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다. 그나마 14개(32%) 사찰에서 종무소에 근무하는 행정직을 중심으로 4대 보험에 가입해 있었으며, 행정직과 기능직 모두를 대상으로 4대 보험에 가입한 사찰은 7곳(16%)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사찰 재가종무원의 근무시간은 어느 직종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월등히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주5일제는 고사하고 연월차 휴일 사용은 꿈조차 꾸기 힘든 실정이다. 특히 하루 근무시간이 평균 12시간을 넘기는 것은 부지기수이고, 음력 초하루를 비롯해 일요법회, 신행단체 모임 등 각종 행사가 즐비한 도심 사찰의 경우 일요일 등 국정 공휴일에도 출근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렇다보니 사찰 재가종무원의 이직률도 높아 몇몇 사찰을 제외하곤 재가종무원의 평균 근속년수가 채 2년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가종무원 없이는 사찰이 운영될 수 없다. 따라서 재가종무원의 처우개선은 사찰의 존폐를 앞둔 당면과제다. 

 
“사찰종무원은 단순노무자가 아니다”
콘텐츠개발연구원 이영철 원장
2012.07.16 13:15 입력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발행호수 : 1154 호 / 발행일 : 2012-07-18
▲이영철 콘텐츠개발연구원장
“하드웨어가 원활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듯 사찰이 체계적인 포교에 나서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사찰 재가종무원들을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사찰에서는 여전히 종무원을 단순 업무 보조자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이다.”

이영철 콘텐츠개발연구원장은 사찰종무원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할 우선 과제로 사찰종무원에 대한 인식변화를 꼽았다. 사찰종무원이 수행과 포교 등 사찰 운영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전문가라는 인식을 갖지 않는 한 종무원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와 더불어 이 원장은 “사찰 종무원의 신분을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주지스님이 바뀌면 재가종무원도 모두 바뀌는 악순환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종단 차원의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이 원장은 “총무원이 사찰 재가종무원에 대한 복무규정과 신분 보장을 위한 사찰종무원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이런 법적 장치가 마련될 때 재가종무원이 전문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종무원이 전문 분야에 집중하면서 발생하는 사찰의 사무보조 등 단순 업무에 대한 공백은 신도회나 자원봉사자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원장은 이럴 경우 “단순노무직에 투입되는 예산을 절감할 수 있고, 축적된 예산을 전문 종무원의 근무환경 개선으로 활용하면 사찰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 원장은 “이제 종단차원에서 종무원에 대한 인식개선과 제도 정비, 사찰 인력활용 등에 대한 체계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앞으로 사찰은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무행정 전문가 양성에 매진해야”
조계종, 종무학교 개설…처우개선도 강구
2012.07.16 13:13 입력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발행호수 : 1158 호 / 발행일 : 2012-07-18
조계종이 종무기관 및 사찰에서 재직 중인 종무원 또는 종무원 희망자를 대상으로 종무행정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올 하반기부터 종무행정학교를 운영한다.

조계종은 7월10일 이를 구체화하는 ‘종무원양성및교육에관한령’을 입법예고했다. 종무원양성및교육에관한령에 따르면 종무기관 및 본말사에 재직 중인 교육직·일반직 종무원은 총무원에서 지정한 강좌를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교육은 종무행정 수행에 필요한 직무교육과 역량개발에 필요한 제반교육 등으로 직급 및 연차에 따라 내용도 달라진다. 중앙종무기관의 경우 불교교리를 비롯해 문서작성, 프레젠테이션, 상담, 전략기획 등 서비스기관으로서 갖춰야할 전반적인 소양을 교육에 담았다. 사찰 종무원은 사찰관리, 지역포교, 신도관리, 불사관리, 재산관리, 노무회계 등 사찰에서 실질적으로 요하는 능력을 배양하도록 과목을 배치했다.

총무부장 지현 스님은 “우선 현재 재직 중인 종무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향후 종무원 희망자까지 대상을 확대해 채용시 우선권을 부여하는 등 전문직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종무행정 분야가 전문직종으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근무환경이 먼저 조성돼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지현 스님은 “먼저 재가종무원의 안정적 근로여건 조성을 위해 4대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도록 하고, 향후 종단적 논의를 통해 최저임금 규정을 마련하는 등 전문인으로 합당한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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