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지나는 자리에서   2010-11-22 (월) 09:28
최고관리자   1,193



"우동 한 그릇"

섣달 그믐날 ‘북해정’이라는 작은 우동 전문점이 문을 닫으려고 할 때 아주 남루한 차림새의 세 모자(母子)가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안주인이 인사를 하자 여자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우동을 1인분만 시켜도 될까요?”

그녀의 등 뒤로 열두어 살 되어 보이는 소년과 동생인 듯한 소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

“아 물론이죠. 이리 오세요”

안주인이 그들을 2번 테이블로 안내하고 “우동 1인분이요!”

하고 소리치자 부엌에서 세 모자를 본 주인은 재빨리 끓는 물에 우동 1.5인분을 넣었다.

우동 한 그릇을 맛있게 나눠 먹은 세 모자는 150엔을 지불하고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나갔다. “새해 복 만이 받으세요!” 주인 부부가 뒤에 대고 소리쳤다.

다시 한 해가 흘러 섣달 그믐날이 되었다. 문을 닫을 때쯤 한 여자가 두 소년과 함께 들어왔다. ‘북해정’의 안주인은 곧 그녀의 체크 무늬 재킷을 알아보았다.

“우동 1인분만 시켜도 될까요?”

“아 물론이죠. 이리 오세요.” 안주인은 다시 2번 테이블로 그들을 안내하고 곧 부엌으로 들어와 남편에게 말했다.

“3인분을 넣읍시다.”

“아니야. 그럼 알아차리고 민망해 할 거야.”

남편이 다시 우동 1.5인분을 끓는 물에 넣으며 말했다.

우동 한 그릇을 나누어 먹으며 형처럼 보이는 소년이 말했다.

“엄마, 올해도 ‘북해정’우동을 먹을 수 있어 참 좋지요?”, “그래, 내년에도 올 수 있다면 좋겠는데.....”소년들의 엄마가 답했다.

다시 한 해가 흘렀고, 밤 10시경. 주인 부부는 메뉴판을 고쳐 놓기에 바빴다. 올해 그들은 우동 한 그릇 값을 200엔으로 올렸으나 다시 150엔으로 바꾸어 놓는 것이었다. 주인장은 아홉 시 반부터 ‘예약석’이라는 종이 푯말을 2번 테이블에 올려놓았고, 안주인은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10시 30분경 그들이 예상했던 대로 세 모자가 들어왔다. 두 아이는 몰라보게 커서 큰 소년은 중학교 교복을 입고 있었고 동생은 작년에 형이 입고 있던 점퍼를 입고 있었다. 어머니는 여전히 같은 재킷을 입고 있었다.

“우동 2인분만 시켜도 될까요?”

“물론이지요. 자 이리 오세요.”

부인은 ‘예약석’이라는 종이 폿말을 치우고 2번 탁자로 안내했다.

“우동 2인분이요!”부인이 부엌 쪽에 대고 외치자 주인은 재빨리 3인분을 집어 넣었다. 그리고 부부는 부엌에서 올해의 마지막 손님인 이 세 모자가 나누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현아, 그리고 준아.” 어머니가 말했다. “너희에게 고맙구나. 네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신 이후 졌던 빚을 이제 다 갚았단다. 현이 네가 신문 배달을 해서 도와주었고, 준이가 살림을 도맡아 해서 내가 일을 열심히 할 수 있었지.”

“엄마 너무 다행이에요. 그리고 저도 엄마에게 할 말이 있어요. 지난 주 준이가 쓴 글이 상을 받았어요. 제목은 ‘우동 한 그릇’이에요. 준이는 우리 가족에 대해 썼어요. 12월31일에 우리 식구가 모두 함께 먹는 우동이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고, 그리고 주인 아저씨랑 아주머니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는 소리가 꼭 ‘힘내요. 잘 할 수 있을 거예요’라고 들렸다구요. 그래서 자기도 그렇게 손님에게 힘을 주는 음식점 주인이 되고 싶다구요.”

부엌에서 주인 부부는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다음 해에도 북해정 2번 탁자 위에는 ‘예약석’이라는 푯말이 서 있었다. 그러나 세 모자는 오지 않았고, 다음 해에도 그리고 그 다음 해에도 오지 않았다. 그동안 북해정은 나날이 번창해서 내부수리를 하면서 테이블도 모두 바꾸었으나 주인은 2번 테이블만은 그대로 두었다. 새 테이블들 사이에 있는 낡은 테이블은 곧 고객들의 눈길을 끌었고, 주인은 그 탁자의 역사를 설명하며 언젠가 그 세 모자가 다시 오면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곧 2번 탁자는 ‘행운의 탁자’로 불리웠고, 젊은 연인들은 일부러 멀리서 찾아와서 그 탁자에서 식사했다.

십수 년이 흐르고 다시 섣달 그믐날이 되었다. 그날 인근 주변 상가의 상인들이 북해정에서 망년회를 하고 있었다. 2번 탁자는 그대로 빈 채였다. 10시 30분경, 문이 열리고 정장을 한 청년 두 명이 들어왔다.

주인장이 “죄송합니다만...”이라고 말하려는데 젊은이들 뒤에서 나이든 아주머니가 깊숙이 허리 굽혀 인사하면 말했다.

“우동 3인분을 시킬 수 있을까요?”

주인장은 순간 숨을 멈추었다. 오래 전 남루한 차림의 세 모자의 얼굴이 그들 위로 겹쳤다. 청년 하나가 나서며 말했다.

“14년 전 저희는 우동 1인분을 시켜 먹기 위해 여기 왔었지요. 1년의 마지막 날 먹는 맛있는 우동 한 그릇은 우리 가족에게 큰 희망과 행복이었습니다. 그 이후 외갓집 동네로 이사를 가서 한 동안 못 왔습니다. 지난해 저는 의사 시험에 합격했고, 동생은 은행에서 일하고 있지요. 올해 저희 세 식구는 저희 일생에 가장 사치스러운 일을 하기로 했죠. 북해정에서 우동 3인분을 시키는 일 말입니다.”

주인장과 안주인이 눈물을 닦자, 주변의 사람들이 말했다.

“뭘 하고 있나? w 테이블은 이 분들을 위해 예약되어 있는 거잖아.”

안주인이 “이리 오세요. 우동 3인분이요!”하고 소리치자 주인장은 “우동 3인분이요!”하고 답하며 부엌으로 향했다.

 

: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Me2Day로 보내기 게시글을 요즘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최고관리자 10-11-22 09:32
 
일본 작가 쿠리 료헤이의 "우동 한그릇"이란 소설입니다.
휠체어가 다리였던 영문학자였던 장영희선생의 글 속에서 읽은 것을, 
너무 아름다운 글이라 함께 나누고 싶어 적어보았습니다.

장영희 교수의 글에서 한 소절-애잔한 이야기 
알면 보이는 즐거움 “비오면 먼지까지 안고 떨어지는 물방울…연잎효과”(불교신문 2010-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