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한국불교 이해 키워드는 ‘딜레마’” (법보신문 2010-12-27)   2010-12-27 (월)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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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한국불교 이해 키워드는 ‘딜레마’”

고려대 조성택 교수 ‘민족불교론’ 비판
2010.12.27 15:47 입력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발행호수 : 1078 호 / 발행일 : 2010년 12월 29일

조계종 민족적 정체성은
개혁을 희생시킨 결과물


▲조성택 교수
근대한국불교를 민족불교의 형성과정으로 서술하는 그동안의 연구 방식은 단순한 ‘항일·친일’의 이분법적 구도로서 근대한국불교의 다양성을 모색하는 기회를 제거했을 뿐 아니라 불교 개혁프로그램들에 대한 역사적 의미도 못 살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조성택〈사진〉 고려대 철학과 교수는 ‘근대한국불교사 기술의 문제’(‘민족문화연구’ 제53)란 논문을 통해 “근대불교는 곧 전통불교수호를 위한 항일불교였다는 식의 연구들은 조계종을 근대불교사의 중심축에 놓을 수 있었지만 이것은  동시에 단선적이며 목적론적인 역사해석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김광식(동국대 연구교수) 박사를 비롯한 대다수 연구자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친일·항일’이라는 구도에서 현재 조계종을 근대불교의 당연한 귀결점으로 자리매김하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항일적 민족의식이 주요한 한 모습이었다는 것은 충분히 동의하더라도 △항일적 민족불교가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 정말 전통불교수호 밖에 없었는지 △항일적이면서 개혁적 불교는 가능하지 않았는지 △항일적 민족의식에 기반을 둔 전통불교 수호가 근대불교 귀결점이라면 당시 제기됐던 다양한 개혁안들과 제안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어떤 근거로 조계종이 ‘전통불교’를 수호하고 있다고 보는지 △그 ‘전통’이 고대 인도로부터의 전통이 아니라면 조계종이 수호하고 있다는 전통은 도대체 어떤 전통인지 △흔히 말하듯 조계종 전통이 임제종이라면 그것이 어째서 ‘민족불교’인지 등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답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요컨대 민족주의적 역사기술에 따르면 조계종은 일제의 억압적인 동화정책에 맞서 정통불교와 민족불교적 정체
성을 지켜왔기 때문에 근대한국불교의 ‘완성’이며 ‘결론’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근대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조계종은 ‘전통복고’이며 반근대적 성격의 종단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항일·친일’ 구도 벗어나
전체적인 조망 시도해야


기존 근대불교 연구자들을 강하게 비판한 조 교수는 근대한국불교사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으로 ‘딜레마론’을 제시했다. 근대한국불교는 단선이 아닌 다양한 틀로 보아야 하며 그것이 바로 ‘딜레마’라는 것이다. 즉 유럽 식민지처럼 식민자의 종교와 피식민자의 종교가 다를 경우 피식민지의 전통종교는 ‘저항’과 새로운 민족담론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되지만 근대한국불교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 뿐만 아니라 당시 선진적 근대불교의 모델로 인식됐던 일본불교를 따르자니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잃게 되고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강조하다보면 새로운 시대의 사회적 유용성을 확보하기도 어려웠던 딜레마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의 계몽적 민족주의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민족의 이름’으로 불교를 삼국시대 때 들어온 외래종교로 취급하는가 하면 또 한편에선 ‘지금’의 한국불교가 아닌 ‘과거’의 화려한 전통불교로 돌아가는 것이 우리 민족의 문화적 자존심을 회복하는 길이라는 ‘양가적(兩價的) 인식’도 근대한국불교의 딜레마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조계종은 ‘한국적 정체성’과 ‘근대적 유용성’의 두 과제가 민족불교 대 왜색불교의 구도로 왜곡·변질되는 과정에서 결국 전통복고의 길을 택함으로써 일본불교와는 구별되는, ‘정통 불법의 수호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성공했다는 것. 그러나 이 과정에서 근대적 유용성을 모색하던 한국근대불교의 다양한 시도와 노력들 또한 친일과 민족, 대처와 비구의 대립적 구도 하에서 역사의 전면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조계종의 민족주의적 자기 정체성은 20세기 초 이래 한국불교의 중요한 과제였던 근대적 개혁을 희생시킨 결과물”이라며 “어찌 보면 해방 이후 한국불교의 혼란기에 사용했던 전술적 레토릭(수사학)을 자기 정체성으로 전유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근대한국불교를 바라보는 새로운 내러티브로서 ‘딜레마’는 항일과 친일 그리고 항일적 민족주의 구도 속에서 간과됐던 근대한국불교의 다양한 모색과 고민들을 이해하고 여기에 일정한 역사적 좌표를 부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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