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스님처럼 먹어야 한다" vs "인간 뇌가 커진 건 고기의 힘"(조선일보 2011-02-26)   2011-02-26 (토)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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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반성… "인간은 스님처럼 먹어야 한다" vs "인간 뇌가 커진 건 고기의 힘"

"인간은 스님처럼 먹어야 한다" vs "인간 뇌가 커진 건 고기의 힘"
韓, 1인당 연간 소비량 41.1㎏
베코프… 잔혹한 육식은 환경에도 재앙
헤르조그… 우리 안의 육식동물을 인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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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 김수혜 기자 | 입력 2011.02.26 03:06 | 수정 2011.02.26 03:30


동물권리선언
마크 베코프 지음|윤성호 옮김|미래의창|320쪽|1만2000원
우리가 먹고 사랑하고 혐오하는 동물들
헤르조그 지음|김선영 옮김|살림|496쪽|1만8000원

작년 한 해 한국 인은 1인당 41.1㎏의 살코기를 먹어치웠다. 돼지고지(19.1㎏)·닭고기(10.7㎏)·소고기(8.8㎏)·오리고기(2.5㎏) 순이다. 개고기는 통계에서 빠졌다. 정부는 도축장에서 정식으로 잡은 동물만 헤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성적으로 개고기를 먹는 문화를 감안하면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41.1㎏+α'로 추정된다.

↑ [조선일보]김성윤 기자 gourmet@chosun.com

그런데 마크 베코프(Bekoff) 미국 콜로라도대 명예교수가 보기엔 이처럼 살코기를 먹는 행위가 "다른 동물의 엄청난 불행을 소비하는 행위"다.(161쪽) 최근 돼지 생매장 사태를 지켜본 독자들로선 상당히 찔리지 않을 수 없다.

"당신이 먹은 베이컨은 '꼬마돼지 베이브'" 베코프의 주장

고깃집 단골의 양심을 후벼 파는 책은 전에도 많이 있었다. 제레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시공사), 마이클 폴란의 '잡식동물의 딜레마'(다른세상), 존 로빈스의 '음식혁명'(시공사) 등이다.

베코프 교수는 이들보다 한발 더 나아가 '전 인류가 스님처럼 먹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포유류와 인간은 감정 처리와 관련된 뇌 구조가 놀랄 만큼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동물도 사람처럼 기억과 감정이 있고, 가족과 친구가 있고, 육체적 통증과 정신적 고통을 다 함께 느낀다는 얘기다.

가령 코끼리는 사자에게 잡아먹힌 동료의 새끼를 '조문'하기 위해 사자의 만찬이 끝난 자리에 떼를 지어 돌아와 긴 코로 죽은 새끼의 몸을 어루만진다. 향유고래는 먹이를 찾는 동안 번갈아 가며 서로의 새끼를 돌봐준다. 사향쥐는 지고지순한 일부일처주의자인데, 암수를 격리한 뒤 수컷의 뇌를 갈라보니 우울증을 일으키는 호르몬에 뇌가 흠뻑 젖어 있었다. 베코프는 "그걸 꼭 뇌를 갈라봐야 알겠느냐"고 격분한다.

베코프는 '도덕으로서의 채식주의'를 부르짖는다. 그가 보기에 육식은 잔혹할 뿐 아니라 환경에도 재앙이다. 양 3420만마리, 소 970만마리, 사슴 140만마리, 염소 15만5000마리가 뀌는 방귀와 트림이 뉴질랜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베코프는 "고기를 전적으로 배제하는 것이 가장 온정적인 선택"이라고 다그친다.

"고기에 사족을 못 쓰면 하다못해 섭취량이라도 줄여라. 아이들에게 우리가 먹는 햄버거가 한때 살아 있는 소였고, 베이컨과 소시지는 돼지였으며, 이들은 가족과 친구를 가진 동물들이고 공장형 농장은 동물의 삶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상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177~179쪽)

"육식은 오로지 악덕인가?" 헤르조그의 반박

그러나 당신이 토끼라면 모를까 스님처럼 먹고 사는 일은 스님들에게마저 힘든 일이다. '우리가 먹고 사랑하고 혐오하는 동물들'을 쓴 할 헤르조그(Herzog)는 "우리 안의 육식동물을 인정하자"고 말한다.

인간은 왜 고기에 미칠까. 우리가 고기 먹는 원숭이로부터 진화했기 때문이다. 고기는 오로지 악덕인가? 꼭 그렇지 않다. 고기를 함께 먹으면서 사회적 지능이 발달해 두뇌의 진화에 발동이 걸렸다. "수백만년에 걸쳐 인간의 뇌가 지금처럼 커진 것은 고기의 힘" 덕분이다.(281쪽)

심리학자인 헤르조그는 20년 이상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탐구했다. 그는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사고에서 유일하게 일관된 부분이 있다면 그건 바로 비일관성"이라고 지적한다. 모피코트를 입은 채 강아지를 안고 가는 여성을 생각해보라. 헤르조그는 "이런 비일관성이야말로 우리가 인간이라는 증거"라고 말한다.

한때 헤르조그는 보아뱀을 키웠다. 고양이 애호가인 이웃이 "헤르조그는 보아뱀에게 고양이 사체를 먹인다"는 루머를 퍼뜨렸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보아뱀에게 고양이 사체를 주는 것은 도덕적으로 나무랄 데가 없다. 보아뱀은 1년에 고기 2㎏을 먹고 고양이는 21㎏을 먹는다. 생쥐 입장에서 보면 보아뱀보다 고양이가 10배 이상 나쁜 동물이다. 하물며 미국에서는 매년 200만마리의 새끼 고양이가 주인 없이 버려져 안락사된다. 헤르조그는 "그렇다고 내가 정말 보아뱀에게 고양이 사체를 먹인 적은 없다"고 누누이 강조한다.

헤르조그는 육식의 악덕을 인정하지만 동물을 인간만큼 존중해야 한다는 '동물 근본주의'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인간은 우월하고 동물은 열등하니까 인간이 동물을 멋대로 먹어치워도 좋다는 '인간 중심주의'는 곤란하다. 그러나 반대의 주장도 편협하긴 마찬가지다.

가령 헤르조그가 만난 다국적 기업 간부는 저택에 바퀴벌레가 출몰하자 해충 박멸회사를 부르기로 결심한다. 그는 일주일간 집 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바퀴벌레에게 텔레파시를 보낸다. '너희가 내 영역을 침범했으니 떠나지 않으면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 텔레파시는 통하지 않았다.(379쪽)

2009년 미국 LA 주택가에 주차된 볼보 승용차가 방화로 전소했다. 데이비드 옌치 UCLA 의대 교수의 차였다. 곧이어 '동물해방단'이라는 단체가 "원숭이 실험을 중단하지 않으면 이보다 더한 쓴맛을 보여주겠다"는 성명을 낸다. 헤르조그는 "동물의 권익을 주장하는 단체들은 이상주의, 분노, 종교적 열정을 동력 삼아 부당한 현실을 악역에게 뒤집어씌우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한다.(385쪽)

그래도 고기를 덜 먹긴 덜 먹어야 한다는 점만은 헤르조그도 백번 동의한다. 그래야 지구도 구하고 동물도 구하고 스스로의 건강도 구할 수 있다.

참고로 국내 동물원은 사자·호랑이에게 마리당 하루 5~6㎏씩 살코기를 준다. 에버랜드 사파리 측은 "배가 부르거나 몸이 아파 덜 먹는 맹수는 봤어도 도덕적으로 괴로워서 덜 먹는 경우는 못 봤다"고 했다. 인간은 죄 많은 동물이지만 자기가 죄 많은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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