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 스님, “민족문화 수호 발원” 천막정진 (법보신문 불기2555(2011)-01-18)   2011-01-18 (화)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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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 스님, “민족문화 수호 발원” 천막정진

1월13일부터 조계사 입구서…100일 참회·수행
교계 지향점 대중토론…문화재지킴이 운동 전개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정범 스님이 1월13일부터 조계사 주차장 입구에서 천막정진을 시작했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정범 스님이 1월13일부터 조계사 주차장 입구에서 천막생활을 하고 있다. 서울 옥천암 주지이자, 중앙종회 포교분과위원장, 종단 정보전산화담당 특별보좌관 등을 맡고 있어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던 스님이 이때부터 한가지게(?) 조계사 인근에서 열리는 4대강 사진전을 안내하고, 찾아오는 손님들과 차담을 나누고 있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천막 한켠에 모셔진 부처님 사진을 향해 절을 하거나 좌선을 하는 등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있다.

1월18일 정범 스님을 찾았다. 천막 내부는 그 크기만큼이나 단촐했다. 낙동강 유역 4대강 공사현장에서 발견된 마애불 사진이 모셔져 있고, 혹한을 이겨낼 전기난로, 세상과의 소통을 위한 컴퓨터 한 대가 전부였다. 천막 중앙에는 ‘자주적 민족문화 수호발원 참회도량’이라는 글씨와 함께 참회정진 6일째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영락없는 천막농성장의 모습이다.

그 옆에는 ‘참회합니다’라는 글씨의 함께 무엇에 대한 참회인지가 설명해 놓았다.

“불교계 내부의 청정성 회복과 자정에 게으르고 불의를 용인한 것을 참회합니다. 권력이나 금력과 타협해 고통 받는 중생들을 외면하며 살아온 지난 삶을 참회합니다. 한국불교 1700년 전통과 정체성을 굳건하게 지키지 못한 것에 참회합니다. 비불교적 행위를 용인하고 그들과 타협해 온 지난 과거를 참회합니다. 정부의 종교편향과 이교도의 훼불행위를 저지하지 못하고 삼보를 외호하지 못했음을 참회합니다.”

연유를 묻자 돌아온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참회할 일들이 너무도 많아 정진의 시간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남을 탓하기에 앞서 스스로 돌이켜 반성하고 교계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고자 대중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정범 스님과의 일문일답.

 

▲정범 스님은 100일간 이곳에서 참회기도를 이어갈 계획이다.

 

△조계사에 천막을 치고 참회정진을 시작한 이유는?
“1월12일 1000일 기도 7차 100일 정진을 회향하고, 8차 기도를 어떠한 발원으로 입제할지 고민했다. 마침 지난 1월10일에는 중앙종무기관 교역직 스님들과 종무원들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민족문화 수호를 위한 1080배 정진법회를 봉행했고, 전국의 사찰에서는 1월11일 성도재일을 맞아 민족문화 수호의 결의를 다지는 철야정진이 이어졌다. 문득 2007년 당시가 생각났다. 당시 교계는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지지 속에 가야산시민연대를 조직, 가야산 골프장 건립과 송전탑 설치, 순환도로 추진 계획을 저지했었다. 민족문화 수호 활동 역시 머리와 가슴뿐 아니라 국민적 지지와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불교가 국민의 불교가 되지 못했음을 참회하고, 새롭게 거듭날 것을 발원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8차 100일 정진의 주제를 ‘참회’로 정하고 대중 속에 거듭나고자 이곳에서 입제했다.”

△천막정진은 언제까지 진행되나?
“일단 8차 100일 정진의 회향을 이곳에서 맞이할 계획이다. 바람은 그때까지 민족문화 수호 의지가 교계 전체로 확산돼 실천으로 옮겨지는 것이다. 성보를 비롯한 민족문화의 보호와 보전은 불자로서 당연히 행해야 할 의무다. 주변의 상황을 고려해야겠지만 100일 참회정진으로도 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 기간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미력한 힘이나마 민족문화 수호와 불교 자주화의 원력이 성취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정범 스님은 "천막법당은 먼저 불교가 국민의 불교가 되지 못했음을 참회하고, 새롭게 거듭날 것을 발원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현재의 상황이 발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교육불사를 통한 인재양성의 미진함 그리고 불자들을 조직화하지 못한 점이다. 과거와 비교해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시대적 흐름과 종교의 다양성 속에서 노력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100년 역사의 기독교가 우리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해 보라. 50년도 안된 대만불교는 이미 대만을 넘어 국제사회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교육을 통해 조직의 기반을 확고히 했다는 점이다. 1700년 한국불교가 이들과 비교해 부족했던 것은 교육불사와 조직화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오후불식을 기본으로 숙식을 천막에서 해결하고 있다. 오전은 기도와 참회로 일정을 보내고, 오후에는 내게 맡겨진 소임과 나의 힘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일한다. 특히 대중들과의 만남을 통해 민족문화 수호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법들을 찾고 있다. 그 일환으로 불자들에게 자신의 성보를 정해 정기적으로 방문해 기록으로 남길 것을 권한다. 한사람 한사람이 문화재 지킴이가 되라는 취지에서다. 그만큼 애정과 관심을 갖는다면 민족문화 수호의 의지도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

△천막정진을 시작한 것을 대부분 모르고 있다.
“스스로 참회를 하는데 다른 사람에게 알릴 이유가 없다. 주지 소임을 맡고 있어 옥천암에는 잠시 자리를 비운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시간이 갈수록 소식을 듣고 찾아오는 대중들이 늘고 있다. 찾아오는 분들에게는 천막정진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그들 역시 각자의 자리에서 참회하고 정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원력이 모여 한국불교 자주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 조계사 주차장 입구에 위치한 천막법당.

 

△불자들에게 당부의 말이 있다면.
“어느 틈엔가 불만을 토로하고 문제를 제기하던 위치에서 이제는 책임을 져야할 자리가 됐다. 누구를 탓하고 불만을 말하기에 앞서 최선을 다해 내가 맡겨진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이해해주고, 오해 없이 바라봐 주길 바란다. 또 불교의 자존의 지키는 불사에 적극 동참하고 지지해 줄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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