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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불교중흥을 위한 1월 토론회에 발제와 토론자로 나선 원담스님, 주경스님, 성문스님, 곽병찬 한겨레신문 편집인, 조성택 교수(왼쪽부터). | 조계종이 한국불교중흥을 위해 개최하는 대토론회의 첫 번째 자리가 열렸다.
올 한해 열리는 대토론회의 총론격인 1월 토론회에서 제기된 한국불교의 ‘오늘’에 대한 진단은 각양각색이었으나 ‘가야할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철저한 자기반성과 자성을 바탕으로 대중과 함께하는 종교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때 한국불교의 화두였던 ‘깨달음의 사회화’를 이번에는 이뤄내야 한다는데 뜻을 모으기도 했다.
1월 대토론회는 올 한해 진행될 12번의 토론회의 총론격으로 ‘한국불교의 현재적 성찰과 나아갈 방향’을 주제로 진행됐다. 조계종 기획실장 원담스님이 주제발표를, 주경스님(중앙종회의원) 성문스님(동화사 주지) 곽병찬 한겨레신문 편집인,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가 토론을 맡았다.
“수행 전통 확산하고 문명사 담론 참여해야”
발제를 맡은 원담스님은 불교 교단사의 흐름을 간략히 짚은 뒤 △승가 교육 재정립 △사회 담론 참여 부족 △재정 투명성 확보 △도심포교 집중화 실패 △세계화 동력 부재 △언어의 대중화 실패 등을 한국불교의 당면 과제로 꼽았다.
원담스님은 “한국불교는 정체성과 의지를 더욱 확고히 한 바탕 위에 사회적 역할과 보편적 종교로서의 역할을 제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수행 전통을 확산하는 △다양성 존중 △공동선 실현 △동북아 문명의 역할 강화 △문명사적 담론 참여 등을 발전방향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주경스님은 한국불교를 사상과 철학의 문제 그리고 종단과 사찰운영의 문제로 나눠 짚었다.
주경스님은 “현대사회에서 출가승단의 구성원으로 가져야 할 구체적인 원칙과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승려의 위상과 위의를 정립하고 수행과 포교 및 교화활동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제안했다.
종단에 대해서는 “승려사후재산귀속이나 분담금 인상 등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종책도 일방적으로 진행함으로써 반발을 일으켰다”며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대응도 중요하지만 근원적인 종단운영과 사찰운영의 철학과 제도개선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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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종대토론회에는 사부대중 200여 명이 참석해 불교중흥에 대한 열기를 드러냈다. |
“승가전통ㆍ승가위계 회복하자”
동화사 주지 성문스님은 ‘환지본처를 통한 불교중흥’을 강조했다.
성문스님은 “조계종은 그간 다양한 혁신불사를 경험했지만, 정치권에 의한 종단정화와 사회 운동이념 및 정치제도를 맹목적으로 도입한 결과 종단 세속화를 부추겼고, 승가 전통수행가풍의 붕괴와 갈등심화라는 역작용을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조계종은 세속법이 아닌 율장과 승가전통 수행규범에 의거해 승단위계를 유지하고 승단화합을 도모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문스님은 출가자와 신도 감소 현상을 지적하고 “승가교육진흥과 인재불사가 시급하다”며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불교적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계종의 종단 쇄신, 진정성 있나”
곽병찬 한겨레신문 편집인은 최근 조계종이 민족문화 수호를 위한 ‘자성과 쇄신’을 천명한데 대해 “과연 조계종의 진정성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곽병찬 편집인은 “쇄신을 위한 반성은 현상적인 차원을 넘어 존재론적 성찰과 전복적인 참회가 선행되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이 자리가 정말 뼈아픈 쇄신의 각오로 마련된 것이며, 조계종이 발표한 담화문에 스님들이 어느 정도 공감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볼 때, 조계종이 역설하는 ‘자성과 쇄신’이 철저하거나 뼈아프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곽병찬 편집인은 1965년 제2차 공의회를 통한 가톨릭의 쇄신을 예로 들며 “가톨릭은 낡은 부자재를 교체하는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가톨릭을 세웠다”며 “대토론회가 파편화된 교구의 이해와 이견을 일치시키고, 불교계 전체를 한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불교에는 감동이 없다”
조성택 교수는 “한국불교에는 감동이 없다”며 수행의 일상화와 감성 회복을 촉구했다.
조성택 교수는 “한국불교의 위기를 짚는 문제인식이 잘 못됐다. 오늘날의 위기상황은 불교가 아닌 한국의 문제이다. 세계사적으로 볼 때 불교는 제2의 르네상스 맞고 있다”고 상황 진단의 전제를 제기했다. “불교가 소수종교화 됨으로서 한국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민하는 자성에서 출발해야지, 신도감소 같은 ‘밥그릇 접근’은 실망스럽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새로운 출발점에 선 사람은 앞에 길이 없다. 개혁하고 새로운 모델을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상상력,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며 조계종이 ‘보편종교로서의 자기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체성 확립과 함께 ‘수행의 일상성 회복’과 ‘감성의 복권’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조 교수는 “깨달음 지상주의와 지나친 교리를 벗어나 ‘교리’가 아닌 ‘가르침’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종교가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교리가 아닌 감성의 발로이며, 자비와 봉사 등의 이타행 역시 타인에 대한 일상적 배려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 교수는 “한국불교는 관념적인 교리를 통한 수행에서 벗어나 자비와 봉사와 같은 감성적 측면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불교가 일상적 실천의 가르침이 되기 위해서는 재정 확충과 포교전략 수립 같은 시스템적 노력보다 수행의 일상성과 감성의 복권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토론회는 두 시간여의 발제에 이어 참가자들의 발언과 인터넷 생중계를 시청한 이들의 질문과 제안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불교사회정책연구소 법응스님은 "참회와 반성의 주인공은 우리이다. 남의 일 이야기 하듯 할 것이 아니라 냉철한 비판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응스님은 "한국불교의 문제가 무엇인지, 방향성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막상 실천하려고 하면 중생으로 돌아간다. 가장 탐욕적인 마음이 승가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며 "총무원 집행부는 자정과 쇄신을 말하는데, 그 구체적인 방안도 종단이 먼저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