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중흥대토론회 역사적 개막(미디어붓다 불기2555(2011)-01-27)   2011-01-27 (목)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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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 사무치는 추위를 견디지 않고서

어찌 코끝 찌르는 매화향기를 얻을까


27일, 한국불교중흥대토론회 역사적 개막
뼈아픈 자성-쇄신 다짐속 4시간 열띤 토론

 

자승 스님 “종단과 사회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대안 제시되길”

“뼈 속에 사무치는 추위를 견디지 않고서, 어찌 코끝을 찌르는 매화향기를 얻을 수 있겠는가?”

조계종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의미심장한 개회사로 불교중흥을 향한 사상 초유의 대중공사가 시작됐다. 조계종 승가교육진흥위원회(위원장 자승 스님)가 주최하는 ‘한국불교중흥을 위한 대토론회’ 그 첫 번째 막이 1월 27일 오후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시작된 것이다.


자승 스님은 개회사에서 “부디 이번 토론회를 통해 종단과 사회의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해결책이 제시되고, 4부대중이 이에 흔쾌히 동의하여 합의를 구체화하는데 기꺼이 동참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실천의 주체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해 토론회에 대한 무게를 실었다.

이어 중앙종회의장 보선 스님도 격려사를 통해 “지금까지는 승복 소매자락에 손을 넣은 채 바라보기만 하는 방관자였다면, 이제부터는 자비심을 가지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승가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살필줄 알아야 한다”며 “오늘 이 자리가 우리끼리 나누는 담론으로 그치지 말고, 한국불교를 바꾸고 나아가 한국사회를 바꾸는 사상적 실천적 토대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를 표명했다.

중앙종회의원 정범 스님의 사회로 시작된 첫 토론회의 ‘주제는 한국불교의 현재적 성찰과 나아갈 방향’으로 12차례에 걸쳐 1년 동안 진행되는 대토론회의 지향을 가늠하는 것으로 정했다. 따라서 첫 발제자는 종단의 운용방향을 책임 맡고 있는 총무원 기획실의 실장인 원담 스님이 맡았다.

원담 스님 “닫힌 사찰운영의 관행 고집하면 불교 설 땅 없어”

발제에 나선 원담 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의 핵심을 △수행하고 정진하라 △보살의 길을 통해 선업의 삶을 살으라 △세상의 것들에 대해서 욕망과 탐닉을 추구하지 말라는 3가지로 정리했다. 원담 스님은 불교가 변방의 나라 한국에 전래되면서, 중앙집권을 위한 국가권력의 접촉을 하게 되었다며, 이때 형성된 관행이나 문제가 아직까지 남아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조선의 억불정책으로 불교 본연의 모습에서 일탈하는 아픔을 겪었다고 진단했다.

원담 스님은 조선기의 억불로 인해 극도로 피폐된 상태에서 한국불교는 서구종교의 유입을 맞게 되었고, 또한 자본주의에 대한 분석과 대응 없이 자본주의를 맞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때 서구의 자본을 바탕으로 한 서구종교에게 교육과 복지, 의료 등의 주도권을 빼앗기게 되었다고 분석했다. 또한 민주화 시대에 동참하지 않아 대중의 지지를 잃었고, 지식층의 서구화로 인해 서구문화와 문명이 대접받고 민족문화와 문명은 무분별하게 격하되는 아픔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67년 국립공원법 발효와 함께 불교는 각종 규제법령에 의해 예속되는 아픔을 겪게 되었고 이어 94년 종단개혁으로 인해 기존의 질곡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맞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원담 스님은 한국사회 담론에의 참여, 재정의 투명화와 집중화, 도심포교의 집중화, 조직의 현대화와 다양화, 수행법 표준체계화, 해외교구 종교간 공동선 실현, 언어체계의 대중성 확보, 재가신자의 교육 및 역할 확대, 전통문화의 적극적인 계승발전 등을 성찰적 입장에서 제시했다.

원담 스님은 한국불교가 지향해야할 미래의 방향에 대해 △다양함의 존중 △종교간 화합과 공동선 실현 △동북아 문명의 역할 강화와 증대 △공동생활의 확산(수행의 전통) △문명사적 담론의 적극 참여 등을 제안했다. 원담 스님은 저 남도 땅끝마을 미황사가 열린공간, 출재가 공동체의 사찰운영으로 인해 엄청난 발전과 역할 확대를 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직접 보고 있다며 교조적이고 편협한 승가의 관행을 고집하면 이제 더 이상 설 땅이 없다고 단언했다.


주경 스님 “좌복에서 일어나 세상에 나왔을 땐 교화 나서야”

토론에 나선 주경 스님(중앙종회의원) ‘한국불교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헤쳐가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통불교라는 미명아래 유불선을 비롯한 거의 모든 사상과 수행방법의 채용이 자유로운 상황이며, 새로운 종파를 생성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며 “이는 사상과 철학 부분이 불분명한 데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주경 스님은 그 단적인 예로 탁발이 폐지된 후 탁발정신까지 폐기된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주경 스님은 승가내 질서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스님들 사이, 스님과 재가불자 사이의 위계나 질서가 혼란과 혼선을 겪는 것은 개선돼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선원수행자가 마치 그 존재만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으며,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풍토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 주경 스님은 “선원의 좌복에서 일어나 세상으로 나왔을 때는 참선지도나 법회, 포교와 교화활동에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경 스님은 또 주지 및 소임자의 잦은 교체로 사찰운영의 안정적인 틀이 형성되어야 하며, 종단 및 본사 소임자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하고, 종단내 재가불자들의 역할과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병찬 편집인 “천도재보다는 몸으로 살처분 막았어야”

이어 곽병찬 한겨레신문 편집인이 토론에 나섰다. 곽 편집인은 “현재 한국불교는 3등 종교라는 자조적인 평가를 스스로 내고 있을 만큼 위기에 처해있다고 본다”며 “그 원인은 정치권력에 의존하고 대중들을 외면해 대중들로부터 유리됨으로써 자기기반이 약화된 데 그 원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으론 정치권력에 의지하고, 꼭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해선 안 될 일을 서슴없이 하는 풍토는 시급히 사라져야 한다고 꼬집은 곽 편집인은 “구제역으로 2백70만 마리가 넘는 소와 돼지,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한 희생까지 포함하면 4,5백만 마리가 넘는 생명들이 죽어가는데, 불교계는 천도재나 지낼 것이 아니라 당장이라도 달려가 살처분을 온몸으로 막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할 일은 하지 않고, 안 할 일을 하고 있다고 거듭 꼬집은 곽 편집인은 종단의 최고지도자들이 정치권력과 만나 예산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이런 일들은 천주교나 다른 종교에서는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불교계가 하고 있는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접촉금지 등의 조처에 대해 그들은 별로 무서워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그는 결국 할 일은 민중 속으로, 대중 속으로 들어가는 것밖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어제 신년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자정과 쇄신, 정치권력과의 단절 등의 선언에 한국불교가 가야할 해답이 있다고 언급한 곽 편집인은 그러나 자승 스님의 발표에 대해 정말로 많은 스님들이 함께 공감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곽 편집인은 “지난 1965년 끝난 제2차 가톨릭 공의회를 통해 가톨릭은 일대쇄신을 가져왔다”며 “구원의 문제, 타종파의 교의 문제, 해방과 정치적 투쟁에 대한 문제 등과 관련한 난상토론을 통해 2000년 가톨릭 역사를 전복시키는 전기를 마련한 이웃종교에서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문 스님 “재가불자 수입의 1/30 교무금 제도 검토해볼만”

이어 성문 스님(동화사 주지)은 “곽병찬 한겨레신문 편집인의 지적대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 못지 않는 토론회를 통해 종단내 일대 변혁을 이뤄내야 한다”며 “아직도 상구보리 하화중생을 가지고 논쟁을 하는 수준의 일이 반복되는 것은 문제라며, 이미 오래전에 이는 좌구보리 우화중생으로 정리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94년 종단개혁이 이뤄진지 16년, 17년이 지났지만, 당시 중징계를 받은 스님들이 아직도 묶여 있다”며 “초기불교 시대에 제정된 율장을 오늘날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다 가능하다고 보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 정신은 유지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종단의 재원마련과 관련해 여러 가지 사업을 벌이는 것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있지만, 현재의 종단재정 체계로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며, 가톨릭에서 추진하는 수입의 1/30정도를 부담하는 교무금 제도는 검토해볼만 하다”고 제안했다.

 

조성택 교수 “‘민족불교’ 들고 나오는 것은 논리적으로 옹색하다”

마지막 토론에 나선 조성택 교수는 “한국불교의 문제를 보는 인식은 여전히 잘못됐다”며 “신도가 줄고 있다, 재정 문제가 어떻다는 식의 접근은 모두 밥그릇 걱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세계적으로 볼 때 불교는 제2의 성행기를 맞고 있으며, 한국불교가 설사 사라져도 불교는 그대로 간다”고 전제한 조 교수는 “새로운 길을 가려는 사람에게 정해진 길이 없다, 우리는 길이 없는 길에 서있다”고 강조했다. “역사적으로 불교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혁을 이뤄왔으며, 대승불교나 선불교는 그 대표적 예”라고 언급한 조 교수는 “조계사 안에 들어오면서 ‘민족’이라는 말을 많이 보고 듣게 되었는데, 민족이란 말은 이제 잘 사용하지 않는 말”이라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조계종의 ‘민족불교’라는 자기정체성은 일제 강점기 동안 한국불교가 처했던 딜레마적 상황의 부산물”이라며 “이는 파행적이었던 한국 근현대불교사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우연적’인 것으로, 불교 초전이래 한국불교의 연속적이며 본질적인 정체성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최근들어 기독교에 대응하는 한 포교전략으로 ‘민족불교’라는 말이 다시 등장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러나 한반도에 기독교가 전래된 지 길제는 200년 짧게는 100년이 넘는 이 시점에서 기독교는 외래종교 혹은 서구의 종교이고, 불교는 전통 혹은 민족종교라고 자처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옹색하다”고 꼬집었다. 또 이것은 불교의 보편성을 부정하는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성택 교수는 특히 “한국불교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 하나는 깨달음 지상주의, 다른 하나는 불교적 가르침의 지나친 교리화 혹은 원리화”라고 비판했다. “불교는 이제 교리가 아닌 가르침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한 조 교수는 “한국불교의 새로운 중흥을 만들기 위해서는 교단의 재정확충이나 포교전략의 수립과 같은 시스템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수행의 일상성과 감성의 복권이라고 생각한다”고 결론지었다.

한편 이날 불교중흥을 위한 대토론회는 미디어붓다가 조계종 사상 최초로 인터넷 생중계했다. 토론장에 참석하지 못한 불자들은 미디어붓다와 조계종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로 토론에 참여했다. 토론회가 진행되는 동안 강원도에 주석중인 홍선 스님이 연결돼 의견을 개진했고, 많은 네티즌들이 인터넷 의견란을 통해 실시간으로 토론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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